- 국내 첫 ‘실내 훈련센터’ 입소문 타고 전국서 발걸음

1급 과정을 교육 중인 야외 교육장에서는 10kg이 넘는 묵직한 장비 벨트를 허리에 찬 남성이 능숙하게 로프를 던져 11m 높이의 나무 기둥에 걸었다. 아찔한 높이지만 거침이 없다. 밧줄 하나에 의지해 허공을 오르길 잠시 나무 상단부에 도달한 그가 예리한 톱으로 병든 가지를 골라내자 지켜보던 교육생들 사이에서 응원의 함성이 나왔다.
전국 최초의 ‘아보리스트(Arborist·수목관리사) 실내 훈련센터’가 문을 연 현장이다. 이곳에선 이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하늘 위의 나무 의사’들이 탄생한다
기후 위기 시대, 숲은 더 이상 방치된 자연이 아니다. 강풍으로 전깃줄을 덮치는 나무, 도심 속 고사목(死木), 기온 상승으로 창궐하는 병해충까지. 산림의 건강이 곧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시대다.
하지만 장비조차 닿지 않는 거대 수목의 상층부는 그간 관리의 사각지대였다. 이 틈을 메우는 이들이 바로 아보리스트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대중적인 직업이지만 국내에선 2000년대 초 도입된 후 최근에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보리스트의 핵심은 '나무를 사랑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이교원 (사)한국산림레포츠협회장의 말이다. 이들은 나무에 박는 '승목환(스파이크)' 대신 로프 기술을 사용한다. 나무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가지치기, 종자 채취, 위험목 제거 등 수목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면적의 76%가 산림인 괴산군은 일찍이 산림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했다. 정원산림과에서 아보리스트 전문 인력을 기간제로 직접 채용하고 20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475㎡ 규모의 실내 훈련센터를 건립했다.
이번 센터 개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야외 숲에 의존하던 기존 교육의 한계를 넘어 장마나 혹한기에도 고난도 로프 기술과 훈련을 반복할 수 있다.
이미 실내 훈련센터가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 영덕, 김포 등 전국 각지에서 교육생들이 괴산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배출된 439명의 교육생은 지역 경제와 생활 인구 유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훈련센터에서 만난 교육생 김강우(59·서울 도봉구) 씨는 40년 경력의 산악인이다. 그는 "산을 다니며 관리가 안 된 나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퇴직 후 인생 2막을 고민하던 중 정년 없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아보리스트에 매력을 느껴 1급 과정까지 도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보리스트의 활용 정점은 '안전'이다. 괴산군은 지난 7일 충북소방본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산악 구조 현장에서 로프 기술은 필수다. 소방공무원들은 이곳에서 고난도 수목 구조 역량을 강화하고 군은 시설 지원을 통해 공공 안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는 전략이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밧줄 하나로 나무와 교감하며 안전한 숲을 만드는 사람들. 괴산에서 시작된 이 '아찔한 열정'이 대한민국 산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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