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시, 별헤는밤 등 시대의 등불처럼 어둠을 밝힌 19편의 시가 살아 숨 쉰 정병욱 가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가 출간을 꿈꾸며, 엄선한 19편의 시를 원고지에 육필로 옮겨 적고 손수 제본한 시집으로 1948년 1월, 상재한 유고시집의 근간이 된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 전 세계가 전쟁의 늪에 빠져든 1941년 늦가을, 연희전문 졸업을 앞둔 윤동주는 지금까지 써온 시 노트를 꺼내 시집에 실을 시들을 정리했다.
윤동주는 자화상, 별헤는 밤 등 18편의 시를 원고지에 옮겨 적고 시집의 서문 격인 ‘서시’를 덧붙인 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친필시집 3부를 손수 제본했다.
그중 한 부는 윤동주 자신이 갖고 나머지 2부는 이양하 지도교수와 진중하고 성미가 비슷해 각별히 의지 삼은 연희전문 2년 후배 정병욱에게 주었다.
윤동주는 정식 출판은 아니더라도 77부를 찍어 가까운 벗들과 돌려보고자 했으나 일제의 거친 탄압과 검열을 염려한 이양하 교수의 만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토록 소망했던 시집 출간은 좌절되고 윤동주는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투옥됐다가 광복을 6개월여 앞둔 1945년 2월 차디찬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의 ‘치안보고록’에 따르면 윤동주는 1943년 7월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사건’ 혐의로 검거돼 같은 해 12월 6일 미결수로 교토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1944년 3월 31일,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 수호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이듬해 1945년 2월 16일 순국했다.
한편, 정병욱은 학병으로 끌려가면서도 윤동주에게 받은 시집을 어머니께 맡기며 소중히 간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윤동주와 이양하 교수의 시고는 행방을 잃었지만, 정병욱과 그의 가족이 가옥 마루 아래 항아리에 숨겨 지켜낸 시고는 1948년 1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출간돼 무명의 윤동주를 마침내 시인으로 부활시켰다.
정병욱은 회고록 ‘잊지 못할 윤동주 형’에서 “내 평생 해낸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린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오늘의 나에게 문학을 이해하고 민족을 사랑하고 인생의 참된 뜻을 아는 어떤 면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동주가 심어준 씨앗’이라며 윤동주의 시‘흰 그림자’를 뜻하는 백영(白影)을 자신의 호로 삼았다.
광양 망덕포구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등록문화유산 341호)’에는 명주보자기에 곱게 싼 유고를 항아리에 담아 마룻바닥 아래 숨겨둔 당시 상황이 재현돼 있다.
정병욱 가옥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윤동주 시 정원’에는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대의 어둠을 비춘 등불 같은 시들이 돌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또한, 망덕포구와 배알도 섬 정원을 잇는 해상보도교 ‘별헤는다리’를 비롯해 동주카페, 별헤는강 등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를 모티브로 한 공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현주 관광과장은 “윤동주는 생전에 그토록 원하던 시집을 출간하지 못하고, 독립운동 혐의로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적국의 차디찬 형무소에서 순국했지만 윤동주와 그의 시를 알아본 후배 정병욱의 우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시인으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제80주년 광복절에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의 순수한 시 정신과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며 묶은 친필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낸 역사적 장소를 만날 수 있는 광양여행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건립 100주년을 맞는 정병욱 가옥은 1925년 양조장과 주택을 겸해 지어진 가옥으로 유고를 보존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올랐으며, 광양시는 국내외 윤동주의 발자취를 잇는 윤동주 테마관광상품 운영 여행사와 개별관광객 등에 인센티브 지원 사업을 벌이는 등 광양과 윤동주의 관계성을 지속적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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